1st Vernon RPS COLLABORATION
[원솔] 거북이의 시간은 바뀌지 않는다
령. / 글
거북이의 시간은 바뀌지 않는다
WW
시험이 끝났다. 고루한 전공서적들의 틈바구니에서 한동안 벗어날 예정인 원우의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날씨는 초여름답게 쾌청하고 적당히 선선했다. 고생해온 머리를 잠깐 쉬어주고 미뤄왔던 독서를 할 생각에 절로 그의 주위에 음표 방울들이 흥얼흥얼 떠다녔다. 원우네 동기들은 대학의 캠퍼스가 낡고 칙칙하다며 불평을 해대곤 했지만 그는 오히려 상당히 만족하는 편이었다. 오래된 건물들에겐 나름의 멋이 있기 마련이고, 화학약품 냄새가 덜 빠져 은근한 두통을 선사하는 새 건물들과 달리 해묵은 먼지내음이 마음을 편하게 해 주었다. 무엇보다 대학 내의 야외에선 곳곳에 앉을 자리가 마련되어 밖에서 책을 읽는 것을 즐기는 원우에겐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었다. 그렇게 붕 뜬 마음으로 제가 유독 좋아하는 벤치에 앉아 몰입의 시간을 가져보려던 찰나였는데.
“안녕하세요.”
원우가 고개를 든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온전히 자신의 몫으로만 이루어졌던 고요의 반구를 푹 가르고 들어오는 낮은 음성. 검정 척테일러 위로 얼룩덜룩한 카고바지, 좀 더 올라가면 눈이 아플 정도로 쨍한 형광 오렌지색의 바람막이. 이 무슨 해괴한 패션이람. 간만에 즐기려던 사색을 다소 무례하게도 비집고 들어온 타인에게 짜증을 내비치려던 그가 화자의 얼굴을 보자마자 입을 헙 다물렸다. 선이 날카로운 눈이 놀라움에 커진다.
“어 음 예, 안녕하세요.”
“초면에 실례지만 잠깐 옆에 앉아도 될까요?”
본래의 그라면 차라리 앉아있던 벤치를 떴겠지만 원우는 어느새 홀린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를 내어주는 자신을 발견했다. 아. 오스카 와일드의 해마를 열어 도리안 그레이를 실체화시키면 딱 저런 느낌일 것 같은데. 엉망으로 자란 곱슬머리에 반쯤 가려진 고운 눈이 반달로 휜다. 감사합니다. 앳된 얼굴에 비해 목소리가 담백하면서도 살짝 꺼끌꺼끌한 감이 있다.
바람 냄새가 나는 남자는 자리에 풀썩 앉고도 제 할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원우를 빤히 응시했다. 외국에선 이렇게 노골적으로 사람을 쳐다보기도 하나? 이국적으로 생겼다 해도 유창하게 흘러나오는 한국어를 보아하니 영락없는 코리안인데. 그는 오래도록 만나지 못했던 반가운 상대를 만나 그간 어딘가 아팠던 건 아닌지 걱정하는 듯한 얼굴을 했다. 아니, 어쩌면 삼각 플라스크 안에 든 잘못된 실험 결과물을 유심히 살펴보는 투 같기도 하고. 섬세한 옆 태가 호기심과 연민, 미련 따위의 전혀 동떨어진 감정들로 점철되어 있다. 결국 저를 향해 집요하게 이어지는 시선을 이겨내지 못한 원우가 먼저 어색하게 말을 붙였다.
“저어, 무슨 할 말이라도?”
올곧은 눈빛이 순간 당황으로 흔들린다. 꼭 나비의 날갯짓마냥 기다란 속눈썹이 수 차례 깜박거렸다. 하늘하늘. 완전히 낯설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데자뷰를 일으키는 광경이라고 생각하던 찰나, 방황하던 물 빠진 밤색의 눈동자가 원우가 제 옆구리에 조심스레 놓아 둔 책에 고정되었다.
“신곡이네요. 실제로 읽는 사람 처음 봤어요.”
일순 미간을 굳힌 원우가 이내 다시 표정을 피며 피식 웃었다. 비아냥이 아닌 순수한 감탄인 듯했다. 네, 과가 과다 보니. 철학과거든요. 뭐, 이건 그냥 단순 심심풀이로 읽는 거긴 하다만. 순한 표정을 한 남자가 짧게 주억거렸다.
“그렇구나. 본래 작가가 제목으로 붙인 이름은 희극이라면서요? 친구한테서 들었어요. 저는 연옥 부분을 읽다가 지루해서 내려놨더니 왜 희극인지 잘 안 와 닿더라고요.”
상대의 홍채에 어린 자잘한 반짝임에 정신이 팔려 있던 원우가 답변을 기다리는 듯한 대화의 공백에 퍼득 이성을 되찾았다. 본인 작품이 흉하고 불쾌한 것들을 출발선 삼아 결국 결말은 행복하게 맺어진다 해서 희곡이라고 지었다고 해요. 친구분께서 정확히 말해주셨네요. 그런데 저는. 원우의 입꼬리가 매끄럽게 휘었다.
“가장 궁극적인 유토피아의 세계를 인생에게 딱 두 번 마주쳐놓고 미친 듯이 사랑에 빠져버린 여인에게 안내 받는다고 묘사한 점이 희극이라고 생각해요. 최고의 지식인으로 손꼽히는 사람이 고작 자기가 만들어낸 사랑의 허상을 이상향의 집약체라고 여겼다는 게 좀 우스워서,”
아차. 본래 덕후라는 종족들은 제 관심사가 튀어나오면 맥락 파악도 못 하고 주저리주저리 떠들어대기 마련이다. 아무리 그래도 생판 초면인 사람 앞에서 이러다니. 원우의 뒷목을 타고 미지근한 열감이 올라왔다. 그런 그의 민망함이 무색하게도 남자는 진지한 표정을 고수한 채 원우의 말들을 되감아 보는 듯 했다. 맞다, 좀 뜬금없긴 한데.
"제 반려 고양이 이름도 단테예요. 제가 지은 건 아니고, 아까 그 친구가 지어줬어요."
“와, 고양이 키우세요?”
“같이 산 지 좀 된 녀석이 하나 있어요. 사진 보실래요?”
기대감 어린 원우의 얼굴이 충분한 답이 되었는지 남자가 바람막이의 호주머니를 뒤적여 휴대폰을 꺼내더니 곧 화면을 가득 메우는 늠름한 고양이의 모습을 자랑스럽게 내밀었다. 제가 꼭 사람이라도 된 양 도발적인 포즈를 취한 채 카메라를 쳐다보는 게 보통내기는 아닌 듯해 보이는 러시안 블루였다. 남자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좋은 말이 내뱉어지길 바라는 어린아이의 얼굴을 했다. 원우는 저도 모르게 입가에 은은한 미소를 머금었다.
“아이가 정말 멋지네요.”
“그쵸! 앗, 벌써 시간이…”
본인이 칭찬을 받은 듯 뿌듯해하던 남자가 휴대폰을 돌려받아 시간을 확인하더니 낮은 탄식을 내뱉었다. 이만 가봐야 할 것 같네요. 담백한 톤에서 묘하게 아쉬움이 묻어났다. 주섬주섬 옷깃을 정리하는 남자에 원우가 저도 모르게 슬쩍 소매를 붙잡았다.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아, 한솔이에요. 최한솔. 당신은요?”
“전원우. 성이 전씨예요.”
최한솔. 끝 음의 발음이 입술 틈으로 미약한 바람이 새어 나오도록 하는 것이 주인과 퍽 잘 어울리는 이름이었다. 벤치에서 일어선 한솔이 원우를 향해 활짝 웃었다. 환하게 웃을 땐 얼굴이 조금 구겨지는구나. 그마저도 더럽게 잘생겼네.
“그럼, 나중에 봬요?”
나중? 우리가 다시 마주칠 일이 있나? 홀로 남겨져 바삐 뛰어가는 오렌지색의 형상을 좇으며 원우가 한솔이 남긴 마지막 문장의 의미를 가만히 곱씹었다. 그냥 인사를 저런 식으로 하는 사람인가? 5분도 안 되었을 짧은 만남임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몇 년은 알고 지낸 친구를 만난 것 같이 편안했다. 고양이로 하나되는 세상… 뭐 이런 건가. 머릿속에 퐁퐁 피어 오르는 의문을 애써 떨치려 고개를 홱 젖힌 그의 코끝으로 방금 맡은 바람 냄새의 잔상이 맴돌았다. 자꾸 영문 모를 웃음이 비실비실 났다.
이상한 사람이었다.
HS
“그래서, 전원우한테 또 말 한 번 붙여보겠다고 날 팔아먹으셨겠다?”
“아야야.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
지금은 최한솔의 수난시대. 그의 소중한 반려 고양이, 아니 단테에게 분노의 꾹꾹이를 당하고 계시는 중이다. 얼씨구. 반성은 잘하지, 또. 그래서 수확은 좀 있든? 마치 취조하듯 절 뚫어져라 바라보는 한 쌍의 녹빛 눈동자에 한솔이 시무룩하게 고개를 떨구었다.
“수확은 무슨. 이번 회차에선 처음 만난 건데요.”
어휴, 진짜. 한솔의 볼에 말랑한 냥젤리가 전혀 위협적이지 않게 날아들었다. 이번은 좀 특별한 케이스니까 하는 소리지. 허구한날 음침하게 멀리서 지켜보다가 이제서야 마음 고쳐먹고 다시 말건 거잖아. 꾹꾹꾹. 더욱 살벌하고 귀여운 기세로 저를 몰아붙이는 단테에 한솔이 우울하게 중얼거렸다.
“뭐, 말씀 드린 게 전부예요. 선생님 사진 보여준 후 시간이 다 돼서 급하게 돌아왔어요. 아, 통성명은 했다.”
“으이구 화상.”
더 괴롭힐 가치도 없다고 판단한듯 단테가 하던 일을 멈추고 발라당 드러누워 버렸다. 한솔 또한 그와 나란히 풀썩 자빠졌다. 맨 팔뚝에 닿는 나무판자가 조금 시렸다. 그치만, 뭘 더 바라요. 이미 뜬금없이 옆에 앉겠다고 한 것 만으로도 충분히 이상한 사람으로 보였을 텐데. 원우는 그대로였다. 끝이 첨예하게 빠져선 길게 접히는 눈이 그대로. 기분이 좋을 때 찡긋거리는 코도, 제 이름을 소개할 때 성이 전씨라는 사족을 붙이는 습관도 그대로. 뾰로퉁하게 내밀어진 한솔을 입술을 쿡 찌르려던 단테가 심심한 위로의 말을 전했다.
"그래도 그 인간- 아니 전원우는 싫으면 아예 그 자리를 피해버리는 성격이잖아. 네가 아주 불편하진 않았으니 그냥 가만히 있었던 게 아닐까."
"그건 그래요. 그래서 속으로 엄청 기뻐했어요. 티는 안 냈지만."
"그런데 너, 꼭 이번 회차가 끝인 뉘앙스로 얘기한다? 계속 피하다가 갑자기 만나는 거로 경로를 튼 건 또 무슨 바람이 불어서래?"
그건요. 한솔이 답지 않게 말끝을 길게 끌었다. 제가 어쩌면. 그러니까 확실한 건 아니고. 보다못한 단테가 못마땅하게 야옹거렸다.
"뭔데! 말을 해."
원우 형을 살릴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조금 감이 잡힌 것 같아요. 이 지긋지긋한 순환의 고리를- 기다란 손가락들이 허공에서 메듭을 끊는 시늉을 했다. -어떻게 하면 종결시킬 수 있는지.
/
엔트로피를 가장 강하게 거스르며 살아가는 단 한명의 인간에게 신은 무슨 이유에선지 시간여행의 권능을 부여했다. 어느 날 자각해 보니 한솔은 시간을 제 집 안방 드나들듯 넘나들고 있었다. 눈을 감고 머릿속 시계의 다이얼을 돌린다. 년도와 같이 큼직한 조각들부터 설정한 후 몇시, 몇분, 몇초와 같이 세밀한 시각을 조정한다. 공간이 뒤틀린다. 섬짓한 냉기가 몸의 중심인 축으로부터 말단의 신경으로까지 번져 나간다. 추위가 가신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별로 거창할 것도 없이 그런 식이다, 시간을 오간다는건.
처음 자신이 이러한 능력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한솔은 10살 꼬꼬마였다. 숙제가 있다는 것을 깜빡해 눈을 감고 너무도 간절히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터였다. 하루, 아니 딱 5시간 전이라도 좋으니, 돌아가서 숙제를 해올 수만 있다면. 선생님은 엄하긴 커녕 오히려 유하신 편이었지만 어린아이에게 혼날지도 모른다는 공포는 제법 컸다.
한솔은 시간을 돌아가 숙제를 해 왔다.
그리고 그 다음날 심한 몸살감기에 걸려 반나절을 꼬박 앓았다.
열이 펄펄끓어 시야가 어질어질한 상태임에도 한솔은 그 조막만한 뇌를 필사적으로 핑핑 굴렸다. 그러니까. 시간을 돌리고 싶다고 빌었는데, 실제로 자신은 약 24시간 전으로 돌아갔다. 아니, 이게 말이 돼? 제아무리 호기심이 왕성하고 대범한 성격의 한솔이라도 그는 키도 아직 조그마한 어린아이에 불과했다. 우아짜짜 한솔 어린이는 다시 이 능력같은 것을 썼다간 영영 돌아오지 못할까봐 겁이났다. 몽롱한 정신으로 열심히 고민을 해 본 결과 도달한 결론은 제법 단출했다. 다시는 시도하지 말자. 이 기억은 그냥 묻는거야. 이건 내가 감당할 만한 게 아니야.
두 번째 시간여행은 한솔이 중학교를 자퇴한 다음날 했다. 어릴 적의 기억을 되살려 해내는 데 제법 애를 먹었었다. 간절히 비는 것만으로 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조금 더 구체적인 상상이 필요했다. 사춘기만이 주는 묘한 패기와 견고하다고 믿었던 울타리 밖을 스스로 나와버린 해방감, 남들과는 조금 다른 무언가가 그에게 있다는 도취감. 뭐 그런 것들이 이리저리 엉키고 엉켜서 용기가 불쑥 솟아났었다. 무엇보다도 궁금했다. 미치도록 궁금했다. 이 호기심을 해소하지 않느니 차라리 시간 속에 영영 갇혀 버리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극단적인 마인드가 한솔의 안에 자리잡았다. 그래서 이틀을 방에 틀어박혀 기억을 더듬다가 겨우 떠오른 다이얼을 돌렸다. 5년, 아니 20년. 기왕 하기로 마음먹은 거, 조선 시대로 가보면? 혼자 지하철을 타고 경복궁을 찾아가 수정전 앞에 섰다. 조선으로 가보고자 하니 만 원자리 지폐에서 인자하게 웃고 있는 인물을 만나보고 싶었다. 백 년 단위로 숫자들이 차르륵 돌아가고 약간의 공포감이 들기 시작할 무렵, 마침내 오한이 가셨다.
그는 운이 좋았다.
세종은 뚱뚱하고 인자했다. 마른 상체에 지나치게 품이 남는 기괴한 옷-후드티-을 걸친 혼혈의 어린아이가 난데없이 나타나 집현전 앞에 알짱거리고 있었는데 그의 목을 베기는 커녕 궁금증이 번들거리는 눈으로 궁 안에 들이도록 명했다.
그는 새로운 것을 탐구하는 행위를 단순히 좋아하는 것을 넘어서 사랑하고, 또 삶의 궁극적인 지표로 삼고 있는 왕이었다. 교과서에 기록된 그의 눈부신 업적들은 간소화되었으면 간소화되었지, 결코 부풀려진 게 아니었다. 그런 세종에게 특이한 복식을 하고, 외모가 양인과 닮았으며, 분명 그들과 같은 언어를 쓰는 듯한데 말투가 전혀 동떨어져 있는 한솔은 상당히 흥미가 동하는 연구대상일 수밖에 없었다. 웬만한 왕족에 비견할 정도로 극진한 대접을 받으며 그 대가로 그는 세종에게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은 선에서 미래의 이야기를 해 주었다. 왕은 어린아이의 말이라고 멸시하거나 허투루 듣는 법이 없었다. 누군가 저의 말에 완전히 매료되어 귀 기울여 주는 경험은 흔치 않기에 한솔은 왕과 함께 보내는 시간들이 유독 즐거워서 예상보다 오랜 시간인 일주일가량을 조선에서 머물렀다. 돌아온 한솔은 아프기는 커녕, 되레 잘 먹어서 살이 보기 좋게 올라와 있었다.
조선에서의 시간은 다른 시간여행들을 시도하는 데에 용기를 줬다. 대학생이 되고 보다 행동의 제약이 없어지자 한솔은 다른 나라의 역사 속으로 녹아들어 보기 시작했다. 수십 번의 시간여행을 통해 어느 정도 정리된 데이터는 다음과 같았다.
1. 한솔이 '의식적으로' 과거를 바꾸려 한다면 그 후폭풍으로 고통을 받는다. 아픔의 크기는 그가 얼마나 절박했느냐에 따라 비례한다.
2. 시간여행은 단순히 시간을 돌리는 행위여서 특정 나라나 지역의 미래, 혹은 과거를 체험하기 위해선 직접 그 장소에 가야한다.
3. 시간여행은 그가 지정한 한 지성체와 함꼐 할 수 있다. 그와 의사소통이 된다면 사람이 아니어도 가능하다.
WW
한솔이 마지막으로 했던 인삿말은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다.
첫 교시 윤교수의 강의실에 아슬아슬하게 도착해 적당히 앉을만한 자리를 물색하던 원우는 그만 눈알이 튀어나올 뻔 했다. 맨 뒷라인의 중간쯤에 한솔이 있었다. 도수높은 안경을 써서 그런지 눈 크기가 반으로 줄어 있었지만 그 형광 바람막이만은 그대로였기에 곧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허겁지겁 그의 곁으로 다가가자 한솔이 특유의 여유로운 미소로 원우를 맞아 주었다. 또 보네요.
"이 학교 학생이셨어요? 난 왜 몰랐지?"
"아뇨, 아뇨. 강의가 재밌어 보이길래 청강하러 왔어요. 교수님이랑 조금 아는 사이라."
아아. 원우가 떨떠름하게 한솔 옆자리에 몸을 앉혔다. 윗 학번들 사이에서 예또, 그러니까 예쁜 또라이로 유명한 윤교수의 교양강의 [시간에 관한 탐구]. 강의신청을 작렬히 말아먹은 원우가 울며 겨자 먹기로 택한 것인데 한솔은 궁금하다며 찾아왔다. 심지어 나름대로 필기를 할 노트북을 가져온 것으로 보아 제법 본격적인 듯 했다.
어젯밤 잠을 좀 설친 원우가 잠시 밀려오는 피로에 굴복했다가 정신을 차려 보니 벌써 강의의 절반이 지나 있었다. 슬쩍 살펴본 한솔은 처음과 그대로 잘생긴 교수가 하는 논리적인 헛소리에 매료되어 간간히 무언가를 끼적였다 고개를 까딱이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집중할 때는 아랫입술이 튀어나오네. 안 그래도 지루한 강의에 집중이 되기는 커녕 자꾸만 한솔 쪽으로 눈길이 갔다. 억겁으로 느껴지던 시간이 흐르고 강의가 마무리 될 무렵 한솔이 원우의 어깨를 조심스럽게 두드렸다.
"같이 점심 먹으로 가실래요? 친구가 학교 근처에 맛있는 밥집이 있다고 하더라구요."
친구? 그때 그 사람을 말하는건가? 고양이 이름은 단테로 지어줬다던.
"그래요."
그의 얼굴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참 요즘사람들 답지 않게 생각하는 게 잘 드러나는 투명한 사람일세. 남들보다 1.5까지는 아니어도 1.3배속쯤은 해 놓은 듯 행동이 느린 한솔이 가방을 다 쌀때까지 기다린 원우는 어딘가 모르게 들뜨는 마음으로 그가 안내하는 대로 걸음을 옮겼다.
한솔이 말한 밥집은 일식집이었다.
원우의 뇌에 비상이 걸렸다. 어떡하지. 나 해산물 못 먹는데. 회 나오는 거 아니야? 얼굴에 홀려서 좋다고 따라온 내가 잘못이긴 하다만. 다행히 저를 돌아보며 하는 한솔의 말에 당황은 빠르게 진압되었다.
"여긴 야끼소바랑 야채튀김 우동이 제일 괜찮다고 하던데, 원우 씨 특별히 먹고싶은 거 있으세요?"
"아뇨. 좋아요."
이 사람 앞에선 오로지 긍정의 말만 내뱉을 수 있나보다. 주관이라곤 없이 한솔의 말이 고분고분 따르는 제 자신이 낯설었다. 맛있는 걸 먹으면 어깨춤이 절로 나온다는 건 그냥 표현인줄 알았는데 한솔을 보니 정말 그러기도 하는 것 같았다. 큰 눈이 동그랗게 뜨여 리듬을 타면서 와중에 부지런히 젓가락질을 멈추지 않는 게 좀 귀여웠다. 골격은 굵직굵직한데 이렇게 보니 소년 같았다.
어리고 미성숙해 보인다는 게 아니라.
맑고 솔직담백한 느낌이 그랬다.
딱히 먹는 것에 큰 관심이 없는 원우의 입맛에도 음식은 잘 맞았다. 귀찮아서 자주 거르기도 하는 점심을 이렇게 든든하게 먹은 것도 오랜만이었다.
/
한솔과 밥을 먹는 것은 어느새 하루의 일과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시간에 관한 탐구]도 언제부턴지 들을만 해졌다. 허공에 둥둥 떠다니는 시간이란 추상적인 개념을 휘적휘적 잡아채고자 한 후 한솔은 꼭 원우와 수업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다. 내용 자체는 개노잼이었으나 한솔이 나름의 견해와 아이디어를 덧대어 하는 말은 제법 흥미로웠기에, 저도 모르게 그와 만나는 것을 고대하게 되었다.
처음엔 친구였다. 같이 밥을 먹고 영화를 보고. 도서관을 가거나 pc방에 가서 최한솔이 지지리도 못하는 오버워치 좀 가르쳐 주고. 탄산처럼 팍 터져나오는 그 웃음이 좋아서 부러 신경써서 고른 개그 하나를 더 던지고.
“한솔아, 미소의 반댓말이 뭐게?”
“엄...글쎄요. 인상?”
“땡. 당기소.”
“아학.”
그 얼굴을 구기는 웃음이 너무 좋았다. 얇은 입술이 하트 모양이 되는 게 가슴을 간지럽게 했다.
망했다.
자각하고 나서 처음 든 생각이었다. 오 지져스. 정말이지 지져스 크라이스트. 전원우는 그간 본인이 헤테로 섹슈얼임을 믿어 의심치 않아왔다. 로맨틱한 교제를 해본적도 없는 모솔이면서 그런 신념을 참 질기게도 이어왔었다. 별을 담은 눈. 단정한 이마선. 그런 것 따위에 키스를 하고 싶다는 욕망이 피어오르자 원우는 정말 기절할 정도로 놀랐다. 시, 시발. 이게무슨 친구야.
당황도 잠시, 전원우가 누군가. 인서울 의대는 가볍게 갈 성적을 받아놓고 기절초풍하는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까치고양이 칸트를 넘어 호적에서 파일 각오를 하고 대학을 철학과로 온 자가 아닌가. 그만큼 사유하고 특정 현상에 대해 이리저리탐구하며 해결책을 찾는 행위에 있어서 오타쿠라는 소리다. 오타쿠는 생각이 급진적이다.
예쓰. 아임 게이.
그렇게 원우는 한솔에 대한 마음을 자각한지 이틀 만에 고백 각을 재게 되었다. 하도 둔해서 고삐리 시절 별명이 빽곰이었던 전원우는, 아무래도 한번 사랑에 빠지면 쇠뿔달린 버펄로마냥 직진으로 들이받는 타입인듯 했다. 자기도 그걸 한솔에게 빠진 후 처음 깨달았다.
각설하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최한솔은 고백을 받았다. 좀 웃기고 어이없고 내가 잘못 들었나 싶었을텐데 어쨌든 고백은 고백이었다. 원우의 눈엔 그의 개노답 고백을 받아주는 한솔이 천사로 보였다. 와. 얘는 정말 내 인생 저당 잡으려고 나타난 게 아닐까.
“그, 시간 있으면 나랑 사귈래?”
“좋아요.”
“어?”
뭐 이렇다. 솔직히 그래도 좀 봐줘야 한다. 전원우는 난생처음 제 입으로 고백이란걸 해봤고, 말을 꺼내는 도중에 목구멍으로 심장이 튀어나올 뻔 했다. 그래도 해냈다. 전원우 인생이 최한솔에게 자발적으로 저당 잡혔다. 기뻐서 죽을 것 같았다.
HS
8월 4일. 오후 4시 39분. 비가 무지막지하게 내렸다. 그들은 한솔이 전부터 궁금해했던 전시회에 가기 위해 원우네 아버지의 차를 빌려 거센 빗줄기를 뚫고 이동하고 있던 참이었다. 순식간에 미끄러운 찻길 때문인지 앞서 가던 덤프트럭이 뒤로 밀려 내려왔다. 트럭이 차를 박기 전 원우는 핸들을 힘껏 오른쪽으로 틀었다. 소름끼치는 굉음이 들렸다.
즉사했다고 했다.
한솔은 그 소식을 한달 뒤 병원에서 깨어나 들었다. 원우가 이제 여기 없다고? 그렇다면 이 타임라인에 더는 존재할 이유가 없다. 이어지는 시간선을 원우가 죽기 전 지점에서 끊어내어 새로 선을 그려나가야 한다. 혼이 빠져 정확한 계획도 없이 무작정 시간을 돌리려던 한솔을 단테가 뜯어말렸었다.
"너 예전에 시간 돌려서 숙제 해갔다가 크게 아팠다며. 전원우 살리려다 너 진짜 죽을 수도 있어."
"괜찮아요. 상관없어."
"뭐가, 뭐가 괜찮은데. 내가 안 괜찮아."
그때 처음 보았다. 화가 나다못해 분에 못 이겨 눈물을 툭툭 떨구는 고양이의 모습을. 실수했다. 인간보다 배를 오래 살며 인간 말을 하는 고양이 단테. 길거리를 전전하면서 다니다 보면 사람이 데려다 음식을 먹이고 정을 붙여주었고 희망을 가진 단테가 말을 건네면 곧장 징그럽고 무섭다며 버림받았다. 사람들은 본디 제 사고의 테두리 바깥에 난 것을 지독하게 배척하는 경향이 있다. 단테는 그 '경향'으로 인해 마음이 많이 다쳤다. 그러다 유일하게 그를 가족 구성원의 하나로 받아들여준 한솔과 함께 정착해나가고 있었는데. 한달 만에 깨어나서 하는 소리가 이미 죽은 이를 따라가겠다는 것과 다름이 없다.
"죄송해요, 단테. 말을 함부로 뱉었네요. 그런데 전,"
음성이 불안하게 떨렸다. 형 없인 못 살아요. 어떻게 뻔뻔하게 고개를 들고 살아요. 내가 전시회를 보고 싶다고 괜한 억지만 안 부렸어도. 부드러운 솜뭉치를 닮은 발이 한솔의 입을 막았다. 그만. 네 잘못 아니야.
"내가 도와줄게. 네겐 소중한 사람이고, 내겐 이름을 준 사람이잖아."
"네?"
"같이 하자고. 걔 살리는 거."
위험한 일이고 책임은 오직 그에게 있었다. 반대해야 한다고 생각은 했지만 어느새 고개는 끄덕여지고 있었다. 무서웠다. 한솔은 살면서 이렇게 무서워 본 적은 처음이었다.
첫 번쨰 회차.
한솔은 최대한 과거와 그대로 사건들을 따라가다 사고가 일어났던 당일 약속을 취소했다.
8월 4일. 오후 4시 39분. 아파트에 방화 사건이 일어났다. 원우는 세상을 떠났다. 한솔의 가슴이 미어졌다.
두 번째 회차.
한솔은 원우와 직접적으로 부딪히지 않았다. 지인을 통해 소식만 전해 들었다.
8월 4일. 오후 4시 39분. 사인을 못 알아봤다. 절망감에 앞이 빙글 돌았다.
세 번째 회차. 8월 4일 오후 4시 39분.
네 번쨰 회차. 8월 4일...
다섯 번째.
여섯 번쨰.
그리고 이번, 일곱 번째. 과거를 바꾸려고 하는 것은 늘 한솔을 심하게 아프게 했다. 한솔은 원우를 되살리려 하는 것을 번번히 실패했다. 무려 여섯 번을 현실에 얻어먹고 나니 그동안 생각치 못한 방향으로 사고가 돌아갔다. 애인의 죽음을 다시겪게 되는 그 고통이 대체불가한 아픔이어서 그동안의 일들이 반복되었던 거라면? 단테 덕에 정신이 온전하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한솔은 오랜 시간동안 서서히 무너져 내렸다. 마지막. 마지막이다. 이번을 끝으로 더 이상의 시간여행을 하지 않을 것이다. 이러다 시간의 한 자리만을 반복해서 머무는 망령이 되어버릴 수 있으니.
시간을 돌려 다시 당신을 만나러 갔다. 이번엔 그날과 그대로 차를 타고 빗길을 함께 해쳐나갈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벤치에 앉아있는 안경 낀 남자가 눈에 들어오니 새삼스럽게 가슴 한 구석이 무자비하게 시큰거렸다. 무어라고 말을 건네야 할까.
당신과 저는 연인이었어요. 대학생 때 같은 과 선후배로 만나서 친구로, 다시 사랑하는 사이로 발전했어요. 당신은 제 고양이에게 이름을 붙여 주었어요. 사실 원래 이름은 나비였는데 선생님이 그건 구리다고 새로 받은 이름으로 개명하겠다고 하더라구요. 조금 서운했지만 그러라고 했죠.
당신이 단테라면 나는 베아트리체.
아니, 아니지.
당신이 나에겐 베아트리체같은 존재였는데.
이렇게 말할 수 있을리가 없죠. 어차피 지금의 당신에겐 일어난 일들이 아니니. 심호흡을 하고 입을 떼었다. 이번엔 부디.
"안녕하세요."
아, 원우가 고개를 든다. 시선이 맞물렸다. 한솔은 존재를 알 수 없는 신에게 빌던 기도를 갈무리했다.
WW
얼마 전부터 한솔이 영 이상했다. 그토록 식욕이 왕성하던 애가 입맛이 없다며 밥을 굶지를 않나, 늘상 헐렁하고 여유로운 분위기를 풍기던 사람이 초조한듯 시도떄도 없이 손톱을 물어뜯지를 않나. 무슨 일이냐 물어도 그저 속없이 웃기나 하고. 주변인들에게 종종 무심하다는 평가를 받는 편이지만 이걸 눈치채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어떻게 하면 기분이 좀 나아지게 할 수 있을까.
"솔아, 우리 주말에 그거 보러 갈래? 왜 그거 있잖아, 그때 네가 보고 싶다고 했던 전시."
"요즘 비가 많이 와서 가기 힘들텐데요."
"괜찮아. 아버지 차 빌려서 운전해서 가자."
단정한 얼굴이 웃음으로 일그러졌다. 희한하게도 평상시처럼 빛이 안 났다.
"그럼 저야 감사하죠."
빈센트 반 고흐 특별전. 좀체 무언가를 원하는 법이 없던 한솔이 얼마 전부터 가고 싶다며 은근하게 티를 내던 전시회였다.
/
비는 정말 무지막지하게 내렸다. 차에 탄 한솔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 입술이 파랗게 질려 이따금 몸을 떨었다. 혹시 멀미를 하는가 싶어 거듭 괜찮냐고 물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괜찮으니 운전에나 집중하시라는 장난어린 대답이었다. 그 모든 게 꾸며낸 듯 이상했다. 원우는 제 애인이 밀랍인형이 된 것 같아 두려웠다. 차 안은 쳇 베이커의 나른한 목소리가 빗소리와 뒤섞여 제법 운치 있었지만 정작 둘 사이의 분위기는 흡사 스릴러 영화의 한 장면이라 해도 믿을 법했다.
갑자기 그들의 앞편에서 소름끼치게 선연한 끼익- 소리가 들려왔다. 물이 낭자하여 질척해진 도로 위 타이어가 미끄러지는 소리임이 분명했다. 한솔이 소리없는 비명을 질렀다. 원우는 황급히 무슨 상황인지 파악하려 애썼다.
트럭이었다. 그들이 타고 있는 차의 두 배는 족히 될 덤프트럭이 정확히 운전석을 향해 돌진해오고 있었다. 운전수에게 문제가 생겼거나 브레이크가 말을 듣지 않는지 점점 가속도가 붙었다. 한솔의 손이 핸들로 향하다 멈칫했다.
머리가 하얘졌다. 미친. 미친 거 아냐. 어떡해.
황급히 기어를 더듬던 원우가 헛손질 끝에 후진을 했다. 눈이 절로 질끈 감겼고 반사적으로 두 팔을 뻗어 한솔을 감쌌다. 멍멍한 귓바퀴를 타고 어렴풋이 마찰음이 들렸다. 잔뜩 힘이 들어간 어깨의 긴장을 풀고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트럭은 기괴한 각도로 도로 한복판에 멈춰 있었다. 추돌사고는 없었다.
틱.
핸들에 매달린 장식용 시계의 바늘이 4시 40분을 가리켰다. 원우의 어꺠에 코를 박은 한솔이 울먹임과 한숨의 중간단계쯤 되는 소리를 내었다. 괜찮아. 달달 떨리는 손의 진동을 애써 무시하며 그는 한솔의 등을 반복해서 쓸어내렸다.
HS
굴레를 청산했다. 병원에서 몸 구석구석을 검사받은 결과 원우와 한솔은 티끌 하나 다치지 않았다. 음, 원우의 입술 끝이 너무 세게 깨물었는지 터진 것을 제외하곤. 그 정도 쯤은 한솔이 뽀뽀로 해결해 주면 되는 일이니 별 게 아니다.
키는 그거였다. 인간은 원래 스스로 사고하며 그에 따라 움직일줄 아는 변화무쌍한 개체이다. 즉, 각 회차의 전원우는 동일한 존재임과 동시에 전혀 다른 사람이기도 하다는 뜻이다. 한솔에겐 시간여행을 하는 동안 의식적으로 무언갈 바꾸려 들면 그 절실함에 따라 고통이 따르게 된다는 제약이 걸려 사건의 뫼비우스 띠에 꼼짝없이 갇히게 되었지만, 그 띠는 당사자인 원우가 끊어버리면 그만인 것이었다.
한솔은 이번엔 원우 스스로 운명을 바꾸게 하도록 결정권을 온전히 넘겨주어야겠다고 다짐했었다. 자신은 철저히 조연으로 남는다. 결과가 어떻게 달라질지는 모조리 원우의 몫이다. 이제껏 해온 헛발질이 허무하기도 했지만 어쨌건 원우는 제 운명을 비트는 데에 성공했다.
"야, 쉬어. 수고했어."
집에 오니 단테가 친히 현관까지 마중을 나와 주었다. 한솔의 낯에 미소가 만연한 것을 고고한 눈빛으로 스윽 보더니 시니컬하게 말을 건넸으나 눈 주위가 촉촉한 것으로 보아하니 울었다. 정말 귀여워 죽겠네.
단테를 껴안고 쇼파에 누우니 타이밍 좋게 원우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한 손으로 눈을 찌르는 앞머리를 쓸어 넘기며 휴대폰을 귀에 가져다 대었다. 말꼬리가 살짝 젖은 듣기 좋은 목소리가 한솔을 걱정했다. 아깐 많이 놀랐지. 병원에선 괜찮다고 했지만 어디 조금이라도 아프면 꼭 병원 다시 가 보고. 내가 괜히 차 끌고 가자고 해서 이런 일이 일어났네. 너무 미안하다, 솔아. 수화기 너머에서 전해지는 안절부절 인간 고양이의 미안함과 당혹감에 한솔은 그만 팡 웃음을 터뜨렸다. 정말 미안해할게 누군데.
"괜찮아요, 형."
제 베아트리체가 돌아왔어요.
단테는 천국에 입성했어요.
유포리아. 한솔이 허공에 둥글게 띄운 단어에 단테가 헛웃음을 지으며 동의했다. 그래, 유포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