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st Vernon RPS COLLABORATION
[솔원솔] (내공30) 갓반인 되는 법
써틴 / 글
처음은 웅장하게 가는 게? 시작이 반이라고들 하니까. 뭔가 나를 축복하는 느낌이 좋다. 전원우는 탁자에 핸드폰을 올려놓은 채 로뎅의 생각하는 사람 마냥 고심한다. 전원우는 결국 나무위키에 들어가 애니메이션/보컬로이드 노래방 수록 목록을 클릭했다. 요새는 금영 노래방이 정말 드물다. TJ미디어도 애니송 수록을 늘리는 추세이나 금영에 비할 순 없다.
곧 방 안의 티비가 반짝이고 노래가 흘러나왔다.
잔고쿠나 텐시노 요오니
쇼오넨요 싱와니 나레--
그렇게 소년 전원우는 신화가 되었다. 하얗게 불태웠다.. 원우는 변성기가 와 갑자기 낮아진 목소리가 낯설어 자꾸 목을 가다듬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홍련의 화살을 못 부른 게 한이 된다. 오해는 하지 말아줬으면 한다. 오타쿠 같은 건 절대 아니다. 전원우는 마르고 멀끔하게 생겼으며 잘 씻는다(그거랑 전혀 상관이 없다고 말하고 싶겠지). 사실 이런 자기변명 같은 이유 말고 그가 그를 오타쿠, 라고 자칭할 수 없는 진짜 이유가 있다. 그에겐 뭐랄까 꽂힌 장르가 없었다.
바야흐로 초국가시대다. 국가와 국적이 썩 중요하지 않은 시대라 이 말이다. 그럴수록 관심을 쏟는 주 장르가 정체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겠는가? 소속감과 유대감을 쌓는 데도 도움이 되고. 원우는 뭐랄까 전부 애매했다. 갓반인이라기엔 뭘 쫌좀따리 많이 알고 있었으나 또 매니아라고 하기엔 너무 겉핥기였다. 오타쿠의 기본인 뇌절을 몰랐다 이 말이다. 바다에 빠지려면 시원하게 머리부터 발끝까지 적셔야 하는 건데 물이 무서워 발만 담그고 있는 행태다.
그래서 전원우는 언젠가 바랬던 것도 같다. 무언가를 격렬하게 벼락 맞듯이 좋아해보고 싶다고. 외국 사람들은 그런 걸 크러쉬라고 하던데. 가수 크러쉬 말고 진짜 크러쉬를 느껴봤으면 했다. 사람에든 만화에든 뭐든. 원우는 항상 미지근했다. 또래들은 미지근이라는 단어가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걔네는 축구를 해도 미친놈처럼 하고 밥을 먹어도 도라이처럼 퍼먹었다. 전원우는 언제나 그 기세에 질렸고 눌렸다. 남자 청소년을 태양이라고 한다면 자기는 모닥불쯤 되는 것 같았다. 물은 또 아니었다. 절대 걔네를 꺼뜨릴 수는 없어 보였다. 원우가 새하얀 얼굴로 창가 자리에 박혀 책이나 읽게 된 건 대충 이런 이유였다.
2019년 Yes24가 시행한 통계를 보자. 수험서와 외국어 관련 도서를 제외하고 90년대 생 남성 독자가 가장 선호했던 도서 분야는 단연 라이트 노벨 및 판타지다. 90년대 생의 중간쯤에 위치한 전원우도 이 경향성을 빗겨가지 못했다. 사실 독서 초심자였기 때문에 취향도 뭣도 없었고 그저 다수의 선택을 따랐을 뿐이다. 이렇게 전원우는 양산형 판타지 소설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양산형 판타지 소설이라는 게 세 네 권 읽어보면 감이 딱 온다. 아 이건 라면스프 연두 다시다 등이 글로 화한 것이다. 그렇게 한국의 맛이 아닐 수 없었다. 크고 작은 고난들이 먼치킨 주인공의 손 아래서 개박살나는 걸 보면 쾌감마저 느껴졌다. 하지만 한국의 빨간 수프 맛은 색깔과 점도만 봐도 대충 맛이 느껴지듯이 양판소도 그랬다. 대충 처음 한 챕터를 읽으면 너는 차원이동이구나... 환생이구나... 했다. 사랑에 공식은 없어도 흥행 전개의 공식은 있었다.
그렇게 전자책, 종이책 안 가리고 몇 권을 읽었을까? 전원우에게도 드디어 “인생 장르” 라고 할 만한 게 나타난 것 같았다. 라노벨 흥행 문법을 잘 따르면서도 전개부터 결말까지 설득력이 있었고 무엇보다 주인공의 스탯이 현실적이었다. 어딘가 꼬인 열여덟의 비위는 맞추기가 너무나 힘들었다. 처음엔 먼치킨 류의 호쾌한 액션을 원하더니, 상대적 박탈감이라도 느꼈는지 요샌 나름 현실적인 성장물을 원했다. 기대하는 필력도 높아졌다. 예전엔 짱센 투명 드래곤이 크아악 울부짖어도 재밌다고 뒹굴었거늘... 어쨌든 간만에 갓작을 접한 전원우는 처음으로 일절이절삼절..백절뇌절을 해보았다. 그가 이 당시 트위터의 존재를 몰랐던 것이 가장 큰 행운이었다. 자기 같은 사람들이 바글댄다는 걸 알았다면 스프링 노트 뒤편에 은밀하게 갈겼던 팬아트를 업로드했을 테니까. 그리고 반드시 후회했겠지.
전원우는 올해엔 야간자율학습 신청을 안 했다. 엄마한텐 어차피 인강 듣는 거 학교에서 듣는 것보다 집에서 듣는 게 좋다고 했다. 언제나 무난하고 얌전했던 아들이라 선뜻 허락을 해주셨다. 원우는 그렇게 어머니의 믿음을 처음으로 배신했다. 책상 앞에서 EBS와 조아라를 넘나들었다. 첫 구라의 맛은 쫄깃한 게 하리보 젤리 같았다.
그날 꿈은 기이하게 일어나서 한참이 되었는데도 잊혀지지 않았다. 꿈에는 어제로 열다섯 번 쯤 다시 읽은 소설이 나왔다. 전원우는 자기 꿈인데도 나무 1의 포지션으로 그저 지켜볼 수만 있었다. 아무도 그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했다. 주인공의 모험 초반이었다. 백작가의 사생아로 태어나 천대와 무시만 받던 주인공이 결국 집을 박차고 나왔다. 이제 그는 수도로 향할 것이고 그 길에서 많은 친구들을 만날 거다. 원우는 양치를 하며 걔의 행운을 빌었다. 결국은 행복할 걸 알지만. 그리고 교복을 꿰어 입으며 벽에 머리를 두어 번 박았다. 정신을 차리니 순도 100의 기쁨이 몰려왔다. 캐붕 없는 실사화가 내 꿈에 펼쳐졌다. 강철의 연금술사 실사화 영화가 준 엿에 실망했던 과거가 스쳐 지나갔다.
또 꿈에 나왔으면 좋겠다
수요일 5교시는 한국지리였다. 전원우는 한국지리에 맥을 못 췄다. 성적이 안 나오는 건 아니었다. 어쨌든 중간은 했다. 단지... 너무 졸렸다. 머리가 하얗게 센 중년의 선생이 조용조용한 목소리로 수업을 하는데 안 졸리는 게 이상했다. 수요일은 또 잔반이 없는 날이지 않나? 깨작대는 원우도 제법 과식을 했다. 원우는 잠들어도 합당한 이유를 머릿속으로 몇 개 대다가 결국 엎드렸다. 선생의 목소리가 아스라이 멀어졌다.
그리고 간만에 꿨다. 주인공은 지금 대삼림 속이다. 여기서 주인공은 두 번째 시련을 마주하게 됐다. 곧 늑대들의 습격을 받을 거다. 아직 주인공은 어리고 무능해 할 수 있는 게 없다. 팔 한 쪽이 발톱에 찢긴다. 전원우는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활자로 건조하게 묘사된 내용을 읽는 것과 실제로 보게 되는 건 달랐다. 피가 흘렀고 비명소리가 온 산을 울렸다. 원우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첫 번째 조력자가 올 때 까지 기다리는 것 밖엔. 이제는 나타날 때가 됐다.
주인공은 여기서 마법사의 도움을 받는다. 마법사는 우연히 빈사 상태의 주인공을 구한다. 마법사는 주인공의 팔을 지혈하며 나무를 올려다본다. 눈이 마주쳤나? 원우는 흠칫했다. 그 때 나뭇가지에 앉아 있던 까마귀가 길게 울었다. 아 까마귀...
까마귀? 그 순간 쉬는 시간 종이 울렸다. 전원우는 비척비척 일어났다. 한 시간 동안 머리를 받치고 있었던 팔이 저렸다. 걔의 이름을 기억해 냈다. 버논이다. 원우는 그의 운명을 잘 알고 있다. 글의 마지막 즈음에 왕정파의 총탄에 죽는다. 주인공은 오랜 수하 버논의 죽음에서야 깨닫는다. 그의 온건파 대가리 꽃밭 평화주의적 행동은 왕정의 어느 폐단도 막을 수 없다는 걸. 결국 그는 과격 공화파로 노선을 정한다. 원우는 아끼는 수하를 잃은 주인공이 분연히 일어나 벌이는 전투 씬을 좋아했었다. 그러니까 방금 눈이 마주친 사람이 죽는다는 거지. 그 애의 호박색 눈동자가 자꾸 아른댔다. 주인공은 팔 하나가 찢기는 것에도 그렇게 고통스러워 했었다. 하물며 몇 개의 총탄이 박히어 죽는다면... 이제 전원우는 메스꺼움을 참을 수 없게 되었다. 편집된 영화와 드라마와는 충격의 정도가 달랐다.
하루가 어떻게 흐르는 지도 몰랐다. 정신을 차려보니 집이었다. 전 씨네 첫째 아들은 처음으로 저녁을 거부했다. 얘가 덜 먹긴 해도 안 먹진 않았는데... 집은 발칵 뒤집혔다. 부모님은 역시 보약을 한 제 지어야겠다고 했다. 오늘은 이만 일찍 자라며 혼 빠진 아들을 일으켜 눕히고 친히 방 불까지 끄고 나갔다. 전원우는 오늘만큼은 정말로 잠들기 싫어 뜬 눈으로 밤을 샜다. 깨달음의 후폭풍이 거셌다. 다음 날 아침의 원우는 어제보다 안색이 더욱 후져 걱정을 이빠이 샀다. 그래도 학교는 가라고 집 밖으로 내쫓겼다.
악으로 깡으로 전원우는 하루를 더 샜다. 지금 그 세계완 거리가 필요했다. 꿈을 매일 꾸는 건 아니다. 꿈 없는 단 잠이 더 많았다. 하지만 확실한 유예를 원했다. 그쯤 버티니 피골이 상접하여 담임이 직접 원우를 보건실로 배송했다. 어떻게든 이번에도 잠을 참아보려 했으나 대부분의 의지는 생명활동을 위한 작용에 스러지기 마련이었다. 노력이 가상했던지 한동안은 꿈을 꾸지 않았다.
전원우가 그 세계에 있든 없든 시간은 변함없이 흘렀다. 이건 보편적 물리법칙이라 멈출 방도가 없다. 외면과 회피가 있고 나서야 마주할 준비가 됐다. 꿈을 다시 꾸기 시작했다. 어느 새 내용은 중반부를 향해 가고 있었다.
서 있는 버논이 보였다.
이건 변수야
전원우는 이 웹 소설의 회차 당 조회수에 자신의 지분이 꽤 높다고 자부한다. 버논은 이 부분에서 단독으로 서술되지 않는다. 갈등을 앞둔 주인공의 심리 묘사로 깊게 들어가기 때문이다. 어느 주인공의 주변인이 그렇듯 그는 고뇌하는 주인공의 어깨나 두들겨 줄 뿐이다. 그 때 버논이 나무 1이어야 할 원우를 보며 말을 걸었다.
대삼림에서 널 봤어
그 이후로 전부 기억나더라
난 오천 번은 넘게 죽었어
매번 똑같은 전장에서 같은 사람에게 죽어
어떤 법칙 같은 거겠지. 물리 법칙 같은...
여기 있는 모든 것은 주인공을 위한 거야.
주인공은 멸시 받았었지만 퍼스트 네임 미들 네임 라스트 네임을 모두 가졌다. 주인공이고 귀족이기 때문이었다. 버논은 라스트 네임조차 없다. 평민 태생에 세계관의 중심인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신분 차이 때문에 버논은 주인공의 주변인 중 가장 오래된 인물이었는데도 죽는 날까지 그에게 깍듯해야 했다.
원우는 심장이 덜컹했다. 이젠 더 이상 그를 흔한 라노벨 조연캐로 볼 수 없다. 어떤 책임감을 느꼈다. 전원우의 세상에서 이런 부조리는 용납될 수 없는 거였다. 버논이 오천 몇 번의 개죽음을 되새겨 결국 자신은 단 한 사람의 각성을 위한 장치임을 깨달았을 때야, 그는 비로소 캐릭터에서 인간이 되었다. 전원우에게는. 아이러니했다. 원우는 차라리 그가 전처럼 지난 생에 대해 무지했으면 바랐다. 버논을 위해서다. 하지만 이건 다름 아닌 자신과의 만남으로 인한 변화였다. 자신이 풀어야 한다. 그렇게 다짐했다.
너를 또 죽게 하진 않을 거야
알게 된 이상 모른 척 할 순 없어
전원우가 정신이 돌아오자마자 한 것은 웃기게도 신고였다. 마지막에서 다섯 번째 화다. 버논이 죽는 부분이. 어제의 내용부터 이 화까지 전부 게시판에서 사라진다면 버논이 죽지 않을 것 같았다. 그 세계관의 원본이라면 원본이니까. 원우는 그렇게 갓작이라 칭했던 소설을 자기 손으로 묻어버리기에 이른다. 고객센터에 애먼 소설을 야설이라고 찌르다가 악의적 이용자로 간주되어 이용금지를 아이디별로 존나... 당했다. 이 세상은 씨발 쓸데없이 공정해서 죄 없어 보이는 소설을 막 내려주지 않았다.
다음에 도래한 큰 문제는 꿈을 다시 꾸지 않는다는 거였다. 전원우는 마음이 급해졌다. 원래도 그렇게 자주 꾸는 꿈이 아니었다. 가끔 꿈꾸기에 성공하면 이야기가 제법 전개되어 있곤 했다. 원우는 확률을 높이기로 했다. 쭉 잠들어 있으면 꿈의 빈도가 높아지지 않을까? 수면유도제를 샀다. 눈 딱 감고 털어 넣었다. 그 날은 학교를 통으로 빠지고 잠을 잤다. 담임의 전화를 받은 부모님이 귀가해 마구 화를 냈다. 꿈꾸기엔 실패했다. 물론 약도 압수당했다. 원우는 전 씨네 무난한 첫째 아들에서 속 좀 썩이는 아들로 강등 당했다. 이제 그는 부모의 차에 넣어져 반강제로 등교하게 되었다. 반 애들에게 부모님이 유난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학교에서도 계속 잠을 잤다.
휴일이 되었다. 또 잠들려 안간힘을 썼다. 잠이 안 왔다. 그 땐 잠을 참으려고 해도 쏟아지더니 마음처럼 되는 게 하나도 없다. 한시가 급한데. 눈물이 찔끔 났다. 한 번 흐르니까 댐이 터지듯이 마구 흘렀다. 어떻게 된 게 잠도 내 멋대로 못 자. 그렇게 엉엉 몇 시간을 우니까 비로소 진이 빠져서 졸렸다. 꿈에 버논이 나왔다. 누운 원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랬다.
너무 애쓰지 마
못 본 사이에 너무 말랐다
너는 네 세계의 주인공이야
주인공의 목숨으로 조연을 살리는 건 말도 안 돼
너만 나를 사람으로 대해 줬어
그걸로 충분해
다시 오면 안 돼
마지막 말은 희미하게 들렸다. 잠에서 깬 원우는 왜인지 눈물이 안 났다. 그냥 전부 말라버린 것 같았다.
그 이후 전원우는 남들이 말하는 일반인이 되었다. 보통 일반인도 아니고 갓반인이었다. 꿈에 집착했던 과거는 싹 잊은 것처럼 살았다. 친구도 여러 명 사귀었다. 깊고 좁은 우물형의 인간 관계를 만들어 왔던 원우에게는 드문 일이었다. 운동을 시작했다. 몰랐는데 안 해서 그렇지 제법 체력이 좋았다. 처음엔 족구장 끄트머리에 자리 잡고 대충 뛰어 다니다 말았는데 요샌 족구 쫌 한단 소리를 듣는다. 키도 180이 넘어 ‘피골이 상접’보단 ‘건강’에 가까운 사람이 되었다. 성적은...음.. 안 올랐다.
원우는 자신의 삶이 아닌 다른 이야기에 몰입하는 게 무서워졌다. 또 어영부영 잡탕밥의 취향으로 돌아왔다. 이제 노래방을 가면 락과 발라드를 부른다. 변성기가 완전히 지나가 듣기 좋은 중저음이다. 취중진담을 부르면 제법 환호를 듣는다. 책은 비문학을 고집했다. 다른 애들이 꼴같잖게 기욤 뮈소나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를 읽는 걸 보고 비웃었다(솔직히 후자는 좀 웃기다).
마음이 싱숭생숭 허할 땐 무작정 밖에 나가서 뛰었다. 겨울밤에도 칼바람을 맞으며 산책로를 따라 자전거를 굴리든 발로 뛰든 했다. 가끔 내가 나 하나의 것이 아닌 것 같아서 우울마저도 죄스러울 때가 있었다. 숨이 턱 끝까지 차서 넘어갈 듯 말 듯 하면 좀 괜찮아졌다. 가끔 성 마저 갖지 못했던 사람을 생각한다. 곧 잊어버린다. 함부로 연민과 동정을 하지 않기로 했다. 원우가 알았던 걘 조연이 아니었다. 그냥 다른 이야기 속의 주인공과 다름없었다. 결말이 언제나 기쁘란 법은 없으니까.
그 소설을 찾아 봤다. 이제는 그래도 될 것 같아서. 원우는 근 일년간의 해프닝을 웃어넘길 수 있게 되었다. 과몰입 지렸다... 어쨌든 진짜 벼락 맞듯이 좋아하는 게 가능했던 거였다. 지금은 삭제되었더라. 그렇게 신고 총공을 해도 굳건하더니... 뭔가 허탈했지만 출판 계약을 했겠거니 했다. 가끔은 대형서점 사이트도 들어가 봤다.
봄이다. 전원우는 이제 고 3이 되었다. 첫 등교 날이다. 좆됐다의 얼굴로 등교한 사십 명이 보였다. 아침 조례에 들어온 사람이 한 명 아닌 두 명이었다. 반이 술렁였다. 무슨 고 3에 전학을 오냐? 사고 친 거 아니냐? 소란 속에서 교복을 입은 남자애가 자기소개를 했다.
난 최한솔이야. 잘 부탁해.
원우는 벌떡 일어섰다. 의자가 넘어졌다. 정신을 차리고 다시 앉았다. 새 담임은 거대한 애가 갑자기 그러니 기겁을 했다. 심약한 얼굴로 비어있는 원우의 옆자리를 가리켰다. 전학생은 저기 앉을까? 서 있는 애 옆자리. 전원우는 최한솔이 앉기를 기다렸다가 질문을 쏟아냈다.
너는 어디서 왔어?
음... 송도?
너도 꿈 같은 거 꿔?
어...인간이라면 누구나?
최한솔이 살짝 당황했다. 전원우는 꿈을 물어볼 때의 톤이 너 뱀파이어야...? 하는 씹덕 같았나 3초간 반성했다. 알 수 없는 반가움이 과하게 앞섰다.
야 그지 인간이라면 누구나 꾸지 내가 괜한 걸 물어봤다 야.
그 꿈 말고 되고 싶은 꿈은 있어?
...랩퍼...?
갓반인 되는 법 : 연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