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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st Vernon RPS COLLABORATION

[솔홍부] Re, re

월연 / 글

지수형 다시 미국 간대. 11:24

간만에 온 문자에 한솔은 급하게 일어나 문자를 확인했다.

3달만에 온 문자 내용이 이거라니, 한솔은 한숨을 살짝 내쉬었다.

 

                                                   아 그래? 언제?

오늘 1시행 비행기

                                                   안 보러 갈 거지?

무슨 낯으로 가 

                                                      그치… 그래.

 

허무하게 끝난 대화에 한솔은 핸드폰을 내려두고 다시 침대에 누웠다.

-

언제 잠들었는지, 일어나니 시계 바늘이 12시 50분을 가르키고 있었다.

지수형은 이제 공항이려나.

문자라도 보내볼까, 하며 한솔은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지수 형]

 

                                                [지수 형 이제 곧 미ㄱ]

 

                          [지수형 이제 곧 미국가지? 승관이한테 들었어]

 

                          [지수형 이제 곧 미국가지? 승관이한테 들었어 

                           미안하고 잘 지내 형.]

 

                          [지수형 이제 곧 미국가지? 승관이한테 들었어

                          미안하고]

 

                          [지수형 이제 곧 미국가지? 승관이한테]

 

                          [지수형 이제 곧]

 

                          [지수형]  

 

                          [ㅈ]

 

[        ]

문자를 보낼 용기가 없었다.

무슨 용기로,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        ]

그래도 마지막 작별 인사는 하고 싶었다.

[지수형 미국 가서도]

 

[지수형 미국 가서도 건강하ㄱ]

 

[지수형 미국 가서도 건강하게 잘 지내]

 

.

겨우 문자를 보내고는 핸드폰을 멀리 던져놓았다.

원래 대로라면 오늘은 지수와 승관과 함께 바다에 가기로 한 날이었다.

그런데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

한솔은 함께 오기로 했던 그 바다에 홀로 서있었다.

지수와 승관이 같이 있었으면 좋아했겠지.

한솔은 바다 소리에 더 집중하기 위해 눈을 감았다.

눈을 감자 왜인지 지수의 얼굴이 보였다.

처음 만난 날 웃던 그 모습도, 승관과 싸워 삐져있던 그 모습도, 영화를 보러 갔다가 눈물을 흘리던 그 모습도.

그리고,

 

‘I hate you! I wish that I never meet you in the first place!’

라고 외치는 그 모습까지도.

그 모습은 떠올리고 싶지 않았는데.

어쩌다 이렇게 된 것일까.

어찌보면 자신의 잘못이라고 한솔은 생각한다.

자신의 잘못인데 어떻게 지수를 그리워하겠는가.

그렇지만 지수가 보고 싶었다.

다시는 못 볼 것을 알지만 그래도 보고 싶었다.

다시 시간을 되돌리고 싶었다.

시간을 되돌린다면 모든 것을 바로잡고 다시 함께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함께였을 때 행복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지금은 모두가 불행하다.

어쩌다 이렇게 된 것일까.

다시 그때로 돌아가고 싶었다.

다시 시간을 돌린다면, 행복해질 수 있어?

어디선가 들리는 낯선 목소리에 한솔을 뒤를 돌아봤다.

다시 시간을 돌린다면, 행복해질 수 있어?

환영인가, 싶었지만 한솔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만큼 다시 돌아가고 싶었다.

다시 함께 행복했던 그 때로.

시간을 되돌리기만 한다면, 다시 함께 이기 위해 위해서 뭐든 할 수 있을텐데.

그래, 간절해보여. 기회를 줄게.

이렇게 됨으로써 이 이야기는 계속 반복될 거야, 네가 빠져나가기 전 까지.

이 이야기는 이미 시작 됐어. 이미 얽혀버린 이 이야기에서 혼자 빠져나가기는 어려울 거야.

꼭 함께 해내서 다시 함께 이기를, 행복 할 수 있기를 바라.

그럼, 행운을 빌어.

의미 심장한 말이 끝남과 동시에 갑자기 불어오는 모래바람.

한솔은 눈을 감았다.

-

알림 소리에 눈을 뜨자 오전 8시였다.

‘방학인데… 나 알람 꺼 놨을 텐데?’

핸드폰을 들어 날짜를 보자,

… 3월 10일?

꿈이 아니었구나.

한솔은 서둘러 일어나 학교에 갈 준비를 했다. 두 번째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완벽하게 해낼 것이다. 이번에는 꼭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서…

….

라는 다짐은 바로 무너졌다.

8시 40분, 바로 지각.

‘진짜 망했네, 담임한테 걸리면 끝나는데…’

라는 생각을 하며 뛰어가던 중,

“야 최한솔!!”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자 느긋해 보이는 승관이 보였다.

3주째 서로 말도 안 했었는데, 이렇게 말을 거니 괜히 웃음이 났다.

“뭐야… 너 왜 웃냐?”
“좋아서.”

“돌았냐? 너 뭐 잘못 먹었어? 완전 오글거려…”

“됐어. 그건 둘째치고, 너 안 뛰어? 지각이잖아.”

“뭐래… 너 내가 지각이라고 뛰는 거 본 적 있니?”

“어 그렇긴 한데…”

나는 안된다고.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단 말이야.

“짜피 늦은 거~ 우리 그냥 느긋하게 가자~”

쟤는 진짜 똑같네. 변한 게 없어.

-

그렇게 지각을 하고, (담임에게 엄청나게 털렸다. 물론 승관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고.) 교실에 겨우 들어갔다. 봄인데도 더웠다. 한솔은 가만히 앉아 더위를 식혔다. 그때,

“자, 얘들아, 이번에 새로 학생이 왔다. 이름은 홍지수. 미국에서 왔다고 한다. 자, 지수, 자기 소개를 하도록.”

“Uh… do I have to speak English?”

“아니, 편하게 해라.”

“네. Umm… Hi. My name is Joshua jisoo hong. 원래 18살인데… 한국 오면서고 1하기로 했어. 만나서 반가워.”

똑같다.

처음 지수를 봤던 그 날과.

‘하긴 다른게 더 이상하려나….’

그래도 실제로 겪으니 더 이상했다.

정말 모든 것이 똑같았다. 담임의 말, 지수의 소개, 쳐다보는 반 아이들의 시선… 모든 것이 똑같았다.

‘형은 그 때랑 똑같이 예쁘구나.’

“그래, 지수. 저… 뒤로 가라. 저기.”

지수는 웃음을 지어보이고 정해진 제 자리로 갔다.

승관은 엎드려있는 채로 한솔을 툭툭쳤다.

“야,”

“왜.”

“저 형 존나 예쁘지 않아?”

“어… 그래.”

“저 형도 남자 좋아할까?”

그 때 한솔은 다시 한 번 느꼈다.

부승관은 예나 지금이나 미친놈이다.

-

길게만 느껴졌던 수업시간이 끝나고, 점심 시간이 되었다.

반 아이들은 뛰쳐나간지 오래였고, 교실에는 승관과 한솔, 지수만이 남아있었다.

“야, 최한솔. 우리 저 형이랑 급식 같이 먹자.”

“괜찮다고 할까?”

괜찮다고 하겠지. 이전의 3월 10일에도 그랬으니까.

“야~ 용기있는 자가 미남을 얻는거야~”

“난 그런 말 들어본 적 없는데.”

“제발.”

승관이 한솔을 살짝 노려보고는 지수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형! 난 부승관이고 얘는 최한솔이라고 해요!”

“어? 아아, 어 안녕.”

“형, 미국에서 왔다고 했죠? 어디서 왔어요?”

“지수형 캘리포니아.”

아무 생각도 없이 자연스럽게 나온 대답이었다.

“어? 어떻게 알았어? 맞아. 나 캘리포니아에서 왔어.”

“뭐야 최한솔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어떻게든 빠져나가야 한다.

“어… 그냥 찍은건데 맞아요?”
“응, 완전 신기하다.”

“와 최한솔 뭐야??? 52개 중에 한 개 찍었는데 맞은 거 잖아!!!”

“그러게~ 한솔이 찍는 거 잘하나 봐.”

지수가 웃으며 말했다.

“아, 맞아 지수형!! 우리 같이 급식 먹을래요?”
“그래도 괜찮아?”
“그럼요!! 저흰 완전 좋아요!”

“그럼 같이 먹자. 고마워.”

-

급식은 똑같았다. 똑같이 맛 없었다. 조금이라도 기대한 내가 바보지, 라고 생각하며 한솔은 급식을 한 숟갈 떠먹었다. 그새 급식을 다 먹은 승관과 지수가 잠시 음료수를 사러 나가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솔은 혼자 남아 핸드폰을 보았다.

3월 10일.

분명 아침에, 아니 8시간 전 까지만 해도 8월 21일을 가르키고 있던 날짜가 이렇게 바뀌다니. 아직도 꿈만 같았다. 한솔은 혹시 몰라 핸드폰의 갤러리와 문자내역을 찾아보았다. 핸드폰은 그대로였다. 아직 8월 21일날 지수에게 마지막으로 보낸 문자가 남아있었다.

‘다시 8월 21일로 돌아갈 때는 이 문자가 사라져 있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 승관과 지수가 돌아왔다.

“야 최한솔~ 여기 네 알로에! 지수형은 자몽 주스 먹고 난 감귤주스 먹는다~”
“그래. 근데 그걸 왜 나한테 보고하듯이 말해?”
“네 돈이니까?”
“뭐?”
“네 카드로 샀어. 고맙다~”
“야 부승관 넌 진짜.”
“지수형 전 이제 곧 죽을 것 같네요! 형은 행복하게 사세요!!”

지수가 재밌다는 듯 둘을 쳐다봤다.
한솔은 승관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됐어, 한 번만 봐줄게.”
“진짜?? 사랑한다… 최한솔….”
“이럴 때만 그러더라… 네가 오늘 야자 끝나면 간식 사.”

승관이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짓고 한솔을 쳐다봤다.

“지수형… 쟤가 저 괴롭혀요…”

“와, 이렇게 나오냐? 너 완전 유치하다.”
“너희 완전 귀엽게 논다. 원래 여기 학교 애들은 다 이렇게 귀여워?”

아뇨 형. 여기 학교에 다니는 개 같은 새끼 때문에 형이 미국으로 다시 가게 됐어요.

“에이, 저희가 그냥 귀여운거죠 형!”

승관이 웃으며 말했다.

하여간, 부승관은 정말 능청맞다. 이 사실은 변하지 않겠지.

“그래? 너희 진짜 귀엽다. 난 귀여운 애들이 좋아. 앞으로 너희랑 같이 다녀야겠네.”

지수가 웃었다.

그 웃음을 보고 한솔은 다시 한 번 다짐했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이번만큼은 성공해서 지수를 놓치지 않겠다고.

 

[ 4월 6일 ]

두 번째 기회가 주어진지 한 달 정도가 지났다. 전과 똑같았다. 날씨는 화창했고, 또 더웠다.

“벌써 초여름인가봐… 완전 더워. 그치?”
“완전. 괜히 동복 입고 온 것 같아.”
“아이스크림 사러 갈까?”
“네가 사는 거지?”
“어… 그래 내가 살게…”
“야 부승관이 쏜다!!”
“넌 이럴 때만 갑자기 부승관이 쏜다 이러냐?”
“어, 승관이가 아이스크림 사는 거야?”
“어… 네 형! 형만 사줄게요.”
“어? 진짜? 완전 좋아.”

… 저렇게 단순하게 끝난다고?

-

점심시간이 끝나가고 있었다. 이상하네, 아이스크림 사는데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리나?

딱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승관과 지수가 교실로 들어왔다.

“어, 승관아 왜 이렇게 늦었어? 아이스크림은 뭐 샀는데?”
“…몰라 지수형은 완전 바보야!!”
“아 부승관 너나!”
“뭐야… 둘이 싸웠어?”

사실 놀랍지도 않아. 또 아이스크림 때문에 싸웠지?

“아니 저 형은 민초의 참맛을 몰라!!”
“그 치약 맛 나는 걸 왜 먹어? 진짜 맛없어…”
“아 민트가!! 치약맛이 아니라!!! 치약이!!! 민트맛이라고!!!!!!”
“별 것도 아닌 거 가지고… 그만 싸워.”
“몰라 나 이제 부승관이랑 안 놀아!!”
“아 형은 진짜 나쁜 사람이네!! 나도 안 놀아!!!!”

그래놓고 또 화해할 거 면서.

-

그래, 지난번과 같이 그날 저녁 9시에 승관에게서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야 최한솔 나 지수형이랑 화해했다!”
“어 알아. 형이랑 놀이터에서 만났지?”
“어 맞아!! 그래서…. 어? 너 어떻게 알았어? 지수형 여태까지 나랑 전화했는데? 너한테 얘기는 못 했을 거 아니야.”
“어? 아니 그냥… 찍었지. 맞아?”
“너 진짜 신기하고 이상하다. 뭐 찍는게 다 맞아?”
“아니… 뭐 그럴 수 있지? 아무튼… 어떻게 화해했는데?”
“그냥~ 형이 야자 끝났는데 더워 하길래 아이스크림 사줄까요 형? 했는데…”

역시 부승관은 단순하다. 주제를 바꾸자 마자 그새 까먹고 다른 이야기를 한다.

뭐… 이어지는 이야기는 지난번과 같았다. 야자가 끝났을 때 승관이 지수에게 가 아이스크림을 사주겠다고 했고, 지수는 좋다고 하고 따라갔다. 따라가서는 지수가 좋아하는 맛을 사주었고, 놀이터로 나왔다. 지수도 민트초코가 생각보다 나쁘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음에 먹어보겠다고 했다는 그런 내용.

… 저 둘은 참 하찮고 귀엽다.

 

[5월 19일]

네 번째 기회가 주어진지 2개월 째.

오늘은 승관이 뮤지컬을 하러 가는 날이다.

“진짜 이상해. 우리학교는 왜 영어로 뮤지컬을 시켜?”
“… 난 네가 더 이상해. 넌 왜 장난으로 뮤지컬 오디션을 봐서 그걸 합격하냐?”
“에이, 그래도! 안 그래도 지원자도 많이 없었고… 승관이가 잘 하니까 하게 된 거지! 기쁘게 생각해 승관아.”
“그쵸? 다행이다! 저 완전 열심히 하고 올게요 형!!”
“그래, 승관이 열심히 하고 와~”
“괜찮아, 너 덕분에 우리 학교 뮤지컬 1등 할 거야.”
“뭐야~ 최한솔 또 촉 가동하는 거야?”

촉이 아니라, 내가 5번이나 겪은 일이야. 네 덕분에 우리 학교가 1등해.

“그냥 그런 느낌이 있어.”
“그래 뭐 고맙다~~ 나 잘 하고 온다?”

그렇게 승관이 갔다.

“….지수형, 우리 오늘 일 교시 뭐지?”
“어… 체육. 하기 싫다…”
“형, 우리 오늘 수업쨀래?”
“어? 그래도 괜찮아?”
“그럼요. 체육은 신경도 잘 안 써요. 그리고… 승관이랑은 자주 쨌어요.”
“그럼 너희 막 아파서 보건실간게…”
“어, 형, 쉿. 이거 비밀이에요.”

지수가 눈을 크게 뜨더니 목소리를 낮췄다.

“아, 알겠어. 그럼… 우리 체육 째려면 어디 가면 돼?”
“체육관 창고요. 따라와요.”

-

일 교시 수업이 시작한다는 것을 알리는 종이 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때 지수와 한솔은 체육관 창고안을 돌아다니는 중이었다.

“형, 여기요.”

한솔이 매트가 쌓여있는 곳에 앉아 지수에게 손짓했다.

둘은 그렇게 그곳에 앉아 한참을 멍 때리고 있었다.

“…지수형.”
“응?”
“형은… 승관이나 내가 여자 안 좋아하낟고 하면 어쩔 거에요?
“음… 사랑을 못 느낀다고?”
“아뇨, 남자 좋아하면. 어쩔 거예요?”
“어… 사람은 같잖아. 너나 승관이가 남자 좋아한다고 해서 막… 다른 사람이 되는 건 아니잖아. 똑같이 착하고, 좋은 내 친구들이잖아.”
“네. 그쵸.”
“갑자기 그건 왜 물어봤어?”
“… 그런 친구가 주변에 있어서요. 지금 친한 형 짝사랑중이래요.”
“그렇구나~ 그 친구가 용기내서 고백했으면 좋겠다!”
“그래요. 그 친구에게 잘 전해줄게요.”

지수가 한솔을 보고 웃었다.

한솔도 지수를 쳐다보고 웃었다. 물론 진심으로 나온 웃음은 아니었다.

 

[6월 9일]

 

지수에게 여자친구가 생겼다.

벌써 8번째 겪는 일이지만 똑같이 비참하고 처절했다.

그날, 학교가 끝나고 승관과 한솔은 집 근처 벤치에 앉아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 지수형 여자친구 생겼대.”
“들었어.”
“… 나만 슬프냐?
“아니.”
“시도도 못해보고 실패한 것 같아서 더 그냥… 그냥…”

승관이 갑자기 조용해졌다.

“…너 우냐?
“아니…”
“거짓말하지 말고. 괜찮으니까 그냥 울어.”

승관이 손에 얼굴을 파묻고 아무 말도 없었다.

한솔은 승관을 토닥여줬다.

 

[7월 30일]

 

벌써 열 번이 넘었다. 열 번이 넘은 이후로는 횟수를 세지 않았다.

지수는 그새 여자친구와 헤어졌고, (지수에겐 미안했지만 기분이 괜히 좋아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오늘이 마지막 날이다. 한솔이 7월 1일을 살 수 있게 될 지, 아니면 다시 3월 10일로 돌아 갈 지는 오늘의 한솔의 결정에 달려있다.

그리고, 드디어 그 시간이 왔다. 1시 23분. 한솔은 한숨을 쉬고 2학년 7반 교실 복도로 걸어갔다. 그때,

“야, 최한솔. 잠깐 나랑 이야기 해.”
“뭔데. 나 바빠…”
“잠깐이면 돼.”

한솔은 고민했다.

그 때, 떠올랐다.

환영이 해줬던 그 말.

한솔은 승관을 바라봤다.

“뭔데?”
“너… 요즘 이상해. 찍는 것마다 다 맞고, 혼잣말로 하는 것 같은데 그게 나중에 보면 다 맞아. 너 뭐야? 숨기는 거 있지?”

…생각보다 승관은 바보같지 않았다.

여태까지는 그냥 넘어갔지만, 오늘은 말해야한다.

“응, 맞아.”
“… 너 내가 생각하는 그게 맞아?”
“어, 맞아.”
“너… 진짜 외계인이야?”
“나 시간 여행했어.”
“어?”
“어?”

부승관이 그렇지 뭐.

-

승관에게 모든 것을 설명했다. 시간여행을 하게 된 이유와 얼마나 했는지, 그리고 자신이 겪었던 일들. 승관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 이거 너무 쉽잖아.”
“뭐?
“그냥 그 시간에 지수형을 그 자리에 없게 하면 되는 거 아냐?”
“…. 아.”
“혼자니까 어렵지 바보야. 둘이 하면 쉽다니까? 미리 말하지.”
“그럼 네가 나 도와줘.”

“그래. … 근데 지금 이미 늦은 것 같기도 하다? 얼른 뛰어.”
-

설명하자면 길고, 또 짧기도 하다. 일단, 확실한 것은, 승관의 도움으로 인해 지수는 그 놈의 말을 못 들었고, 다시 그 불행에 빠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확실해졌다.

“뭐야, 승관이랑 한솔이 왜 여기있어? 나 선배랑 얘기 중,”
“형, 얼른 와요. 우리 완전 바빠요 지금!”
“어? 어… 그래.”
한솔은 승관과 눈이 마주쳤다. 승관이 한솔에게 웃어보였다. 한솔은 눈을 감았다.

-

“야! 최한솔!! 혼자 뭐해? 분위기 잡냐?”

눈을 떠보니 바다였다.

핸드폰을 들어 날짜를 확인하니, 8월 21일이었다.

뒤를 돌아보니 승관과 지수가 한솔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바다 완전 좋다 한솔아, 그치!”

지수가 멀리서 외쳤다.

“완전 좋아요! 여기 와봐 둘 다! 바다 완전 예뻐!”

승관과 지수가 한솔을 향해 뛰어왔다.

함께오고 싶었던 바다에 오니 좋았다.

한솔은 미소를 지었다.

‘나중에는 지수형한테도 다 알려줘야겠다.’

다시 뒤를 돌아 바다를 바라보았다.

바다가 참 예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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